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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수승대 출렁다리

수승대 강정모리에 출렁다리가 놓였다
위천과 북상의 경계지점이라 늘상 다니는 강정모리는 강가에 용암정이라는 정자 하나가 있고

그 지점이 급커브라 불려진 향인들의 지명이다
태극 문양처럼 물길이 급회전하는 지점 위에 놓인 공중 다리다
가장 자연스러운 물이 유구한 세월동안 걸었던 물의 길이 만들어낸 비경이다
이 물길을 흘낏 쳐다보는 이들은 왜 이런 물길이 생겼는지를 생각하기 전에 시선을 돌리니 안타깝다
성령산에서 비스듬히 뻗은 암반을 물이 슬쩍 비켜나간 것이다

다투지 않는 덕을 지닌 자연이 창작한 셈이다

암반의 반대편은 깎아지른듯한 높은 바위 절벽이다 

나는 수승대에서 용암정으로 난  산책로를 자주 걷는다
이 길을 걸으면 강정모리의 진면모를 감상하게 된다
차도와 물길의 경계인 단애는 바위로 만든 하나의 병풍이다

그 바위 병풍에 풍상이 새긴 균열은 자연의 작품이다
그 아래 치열한 걸음을 멈추고 잠시 안온한 숨을 쉬는 옥빛 물길에

저녁 노을이 비치면 어느 과객이 탄성을 지르지 않을까

성령산 내리반석에 앉으면 자연의 오묘한 신비에 접근하고픈 충동이 솟아난다
높은 것은 낮아지고, 거친 것은 매끈해지고, 정지한 것은 운동하려 하는

이치를 깨닫는다
바위와 물이 접촉하며

때로는 제 뼈가 꺾이고 살이 파이는 교전을 하고

때로는 씻기고 어루만지는 안락한 평화가 교차하는 생생한 흔적을 읽는다

친근한 사람에게 원학골의 비경이라며 함께 걷기를 권했는데 출렁다리가 놓여져 이제 널리 공개된다
출렁다리 위에서.아래로 내려다 보는 조감의 시선은 또 색다른 감흥이 있다

향토의 사진작가인 김병호선생님의 작품은 연무가 아랫쪽을 비경으로 남겨두고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터럭 한 올 가림이 없이

샅샅이 노출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고 은근한 가림이 있어

상상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은 계곡 아래 산책로를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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