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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기와작업을 하는 한옥

기와를 올리는 와공들의 작업을 한참동안 바라본다
예전에는 흙에다 물을 부어  발로 이개고 작은 공만한 크기로 뭉쳐서 지붕으로 던져 올리던 모습을 연상하며

느리고 힘들지만 그 속에서 오는 재미와 협동심이 느껴져 온다

힘세고 빠르고 지칠줄 모르는 골리앗들이 작업을 한다
바닥에는 포크레인이 진흙을 이개고 지붕으로 퍼올리는 일은 크레인이 담당한다
크레인의 긴 팔이 동화책 속에 도깨비가 되어 기적 같은 작업을 한다  

현대판 도깨비다

한옥 지붕 위에 많은 흙이 투입된다

천연소재인 흙이 방열과 방한 기능을 수행하고 기와를 고정하거나 틈새를 매우기도 한다
보다 효율적인 인공 소재들도 많겠지만 흙을 고집하는 전통의 자존심이 엿보인다

요즘이야 친환경이란 개념이 지지를 받지만 예전에는 다양한 대안이 없었기에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무한한 양의 흙 밖에 없었다
다양한 소재에 대한 무지가 결과적으로 친환경과 인체에 유익한 집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과학기술 수준이 낮아 사람의 수공적 기능이 발달한 것이다

지금 팔작 지붕 작업을 보니 암기와를 펴는 중이다

사각형의 가운데가 낮고 양쪽이 약간 들린 암기와가 지붕의 바닥에 눕는다
누워서 수키와를 기다린다는 표현은 나의 낭만적 기질 탓이다
암기와만으로는 스며드는 물을 막을 수 없기 때문임은 삼척동자도 안다

수키와는 암기와 위에서 반원형의 덮개가 된다
기와가 줄을 짓는다 직선과 곡선, 상하의 높낮이가 균형과 조화로 완벽하고 지극히 아름답다
음양의 조화를 건축에 도입한 선조들의 지혜다 서로 보완하는 음양의 조화는  미적 원리가 된다 

한옥 지붕을 예찬하고 있지만 정작 내 주택은  경량목조인데 지붕은 맞배형태의 아스팔트싱글이다
지극히 간편하고 단조롭고 실용적인 구조와 소재다
그렇기에 더욱 한옥의 지붕에서 중후한 위엄과 아름다움을 느끼며 대리만족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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