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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청개구리 울음

시사프로에 누가 누구를 청개구리 같다며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를 듣고 지난 여름의 청개구리 한 녀석을 떠올린다
연못가에서 청개구리의 유난스러운 울음 소리를 들으며 관찰해 보았다
가까이 접근하면 뚝 끊어졌다가 멀어지면 다시 큰 소리로 우렁차게 악바리처럼 어찌나 집요하게 울어대는지....
도대체 어떤 녀석인가 싶어 확인해 보니놀랍게도 손가락 두 마디도 채 되지 않는 작디작은 청개구리였다
뒤늦게 알고보니 2.5~4cm의 체구를 가진 수컷 청개구리는 턱 아래 울음 주머니가 있어 유난히 큰 소리를 내는데 번식을 위한 구애의 소리이며 먹이 활동과 관련있는 소리란다

이렇게 왜소한 체구에서 토해내는 울음은 사자후로구나
일대의 모든 와군들의 집단 울음을 압도하는 근성과 기개를 가졌구나
내 손아귀에서 울음을 뚝 그쳤지만 나는 경이로움으로 청개구리를 놓아주며 속으로 한 마디 했다
'참 대단하구나 기개건 고집이건 너 정도는 되어야지'

청개구리 동화를 다시 보면 말을 안듣고 반대로 행동하는 문제아 즉 트러블 메이커로 묘사되고 있다 이리 가라면 저리 가고 개굴개굴 울라면 반대로 굴개굴개라고 울며 엄마의 말에도 엇나가는 행동을 하여 속을 태운다
냇가에 묻어달라는 엄마의 유언을 회개한 아들이 곧이곧대로 들어 냇가에 묻고 결국 무덤이 떠내려가 후회의 울음을 운다는 스토리 구조가 매우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적이라 흥미진진하고 교훈적이다

지금 TV속으로 잠시 돌아가보자
청개구리로 내몰린 사람은 철없이 어긋난 짓만 하는 아들 청개구리로 소수의 비주류다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은 선한 엄마 청개구리로 다수의 힘있는 주류다

청개구리 동화는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동화는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 부모님 말씀은 절대적으로 옳고 선하다는 관점에만 머무르면 다양한 사유의 변주가 이루어질 수 없다

엄마가 옳은지 자식이 옳은지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한 쪽이 옳다면 다른 한 쪽은 나도 옳다고 주장할 수 있다
기존의 옳음에 대한 반격과 도전이 있을 수 있다
어미와 자식간의 변증법적 원리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작은 청개구리는 강열하게 제 주장을 하는 새로운 주장이고 기존 세력에 대한 안티 세력이다
청개구리 동화는 지금 우리 주변에서 온갖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청개구리는 울음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어린 청개구리가 어른이 되어서 또 자식 청개구리의 도전과 반항에 직면해야 한다
어린 청개구리가 성숙하면서 개구리 세상은 새로운 질서가 생기고 다이나믹한 변화를 겪으며 발전을 거듭하여 살기 좋은 개구리판이 되어야 한다

왜소한 청개구리의 울음에는 어깃장의 반항이 만들어 가는 유토피아의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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