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어눌하다가 이제는 더듬는다
예전에는 망설임이나 걸림없이 튀어나오던 말이 위축되어 선뜻 나서기를 꺼린다
선택하려한 말을 대체할 수 있는 유사한 말들이 쭈욱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호기롭게 그 미묘한 차이를 무시했었는데 요즘은 생각이 깊어진 것인지 소심한 것인지 혀가 꼬이기도 하고 입술이 둔해진다
자연히 말수가 줄어들고 이럴까 저럴까 망설여지며 입놀림이 둔해지고 어눌해진다
말 한마디라고 제 멋대로 나오는 게 아니다
내 안에서 들려오는 명령에 흠칫 놀란다
잠깐만
멈춰
좀더 기다려
최적을 찾아야 해
세상에 같은 것이라곤 없어
같은 말에도 다른 의미가 담기지
같다는 것은 유사할 뿐이지
유사한 것들 사이의 숱한 차이가 끊임없이 변주되는 것이지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들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무안한 표정이다 지울 수 없어 더욱 어깨를 움츠리며 소심해진다
그렇게 말하는게 아니었는데....
주워 담을 수도 없고......
독백하며 그 차이를 종결짓지 못한다
계속적으로 연장 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지금이 최선이 아니므로
좀더 나은 선택의 여지를 위해......
차라리 어눌하든지
입닫고 빙그레 웃기만 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