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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존재하는 즐거움

한 송이의 꽃을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서로 다른 삶의 양식이 있다.

특별히 아름답거나 희귀해서 이름난 꽃을 특별히 좋아하여 꺾고 싶은 사람은 소유 지향이다.

차별없는 마음으로 꽃을 바라보며 친하고 싶어 사진을 찍거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꽃에 다가가며 즐기는 사람은 존재 지향이다.

 

산에 오르는 두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산의 이름, 높이, 정상 정복많은 지식과 정보 등에 관심이 많은 이는

산을 상투적인 방법으로 소유하려는 것이다.

 

소유의 욕망 없이 작은 꽃 한송이에도 감탄하며 환희를 느끼며,

어떤 조건이나 보상 없이도 진정으로 산에 취하는 사람은 존재 지향의 사람이다.

 

 

 

버스에서 엄마 등에 업힌 아기가 뒤를 돌아본다.

관심없는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소유지향적 사람이라면

존재 지향의 사람은 순진무구한 아기에게 사심 없이,

유아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며 미소를 보낸다,

 

마침내 아기가 천사의 미소로 응답하자 벅찬 기쁨으로 즐거워한다.

소유의 욕망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행동인 것이다.

 

 

 

 소유하지 않고도 존재의 충만한 기쁨을 누리는 예는 대인관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소유 지향적인 사람은 상대를 독점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대립과 질투로 가득하지만

존재의 양식이 우세한 사람들은 친구가 나와 성격, 태도와 취미와 가치관이 달라도

그것은 대인관계의 끈을 제약하는 조건이 아닌 허용하고 포용하는 것이다.

 

건전한 친구 간에는 적대감도 질투도 없기 때문에 오래 우정이 지속된다.

소유에 눈 먼 연애는 경쟁과 대립과 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조영남은 대중문화의 천재다.

자신의 여자 친구들을 진시황의 용갱처럼 패러디한 작품에는

시대를 앞서가는 발랄한 자유주의 사상과 대중문화를 활용하는 교묘한 상술마저 보인다.

 

그는 인간의 성적인 호기심을 자극하여 자신의 대중적 인기와 연결하는 전술가다.

미남과는 거리가 먼,  칠순이 지난 홀아비가 유명도가 있는 여성들을 자신의 여친이라고 하며

제도와 인습의 장벽에 막혀 편견과 선입견에 가득찬

우매한 대중들을 익살스럽게 조롱하며 때론 은유적인 충격 요법으로 일깨운다.

 

그의 의도에는 자신의 여친들이 소유의 대상이 아닌 존재의 대상이며

기약없는 내일보다 지금 이 순간의 존재하는 삶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라고

선각자처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존재 양식에서는 사적 소유의 필요가 없다.

자연의 가치는 가치를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고

공유해도 가치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다툼도 경쟁도 없이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 본연의 행복을 향유할 수 있다.

 

떠오르는 아침 태양의 찬란함과 낙조의 황홀한 겸손을 보라!

한송이 꽃의 신비한 개화의 순간에 귀를 기울여 보라!

이보다 아름다운 절대의 미,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만인의 공유물은

존재하는 삶의 즐거움을 맛보는 이들에게 무한정 주어지는 은총이다.

 

자연의 혜택, 그 무한한 축복을 누리는 이들은

평화롭게 남을 배려하며 행복한 미소를 주고 받는다. 

즐거움을 나누어 갖는 원형은 역시 자연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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