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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박새가 머물던 시간의 사색

창 밖 나뭇가지에 방금 박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는다
연신 고개를 돌리며, 꼬리를 흔들며, 발로 단단히 가지를 움켜 쥐고 몸의 균형을 유지한 채 사방을 기웃거리며 잠시 머문다

새들이 날개를 가진 것은 자유의 영토인 창공의 비행권을 원천 소유한 것이리라
날개는 탈영토화의 기치다
그래서 땅에 오래 머물러 정주하지 않는다
날지 않는 것은 새가 아니다

저 박새는 여행 중이다 어디 한 곳에 오래 머무른 적이 없다 저 작은 몸매 어디에 무엇을 쌓아 두겠는가
오로지 이동하고 비상하기 위해제 몸의 절반이나 되는 접이식 날개를 푸두득 거린다

머리통이 탁구공만큼 조그만 박새는 날아온 곳이 어딘지 기억하지 않으며 날아갈 곳이 어딘지를 계획하지 않는다 그저 욕망의 바람이 부는대로 자유롭게 잠시 머물렀던 가지를 미련없이 떠난다

박새는 한참 머물렀지만 내 시간으론 고작 1분이다
박새는 동행이 있어 유희를 즐기지도 않고 먹이 사냥을 한 것도 아니다 오직 몸의 균형을 잡는 일과 전후좌우를 두리번 거리는 일이 고작이다
박새의 가늘고 짧은 다리 아킬레스근은 어디에서건 언제건 이착륙을 위해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방금 박새가 포르르 날아간다 머물던 가지 그 영토를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난다
날아가는 곳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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