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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유현의 미학

내 블로그 선묵유거의 유거(幽居)라는 표현에는 내 나름의 실존의 방식이 담겨있다
깊고 그윽하게 살아가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 사람 저 사람과 두루 교제하며 함께 하는 즐거움을 누리기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우주만물의 깊은 이치를 사유하며 꽃 피고 새 우는 전원에서 조용히 살겠다는 것이다
풍요롭고 화려해서 남이 부러워하는 삶보다는 질박한 삶에서도 고요한 평화를 누리며 자기완성을 지향하는 삶을 이상으로 하는 것이다

일본 미학의 특징을 유겐(幽玄)이라고 한다
깊고 그윽함을 가리키는 유(幽)와 오묘함을 가리키는 현 (玄)의 합성어다
원래는 도가와 불가의 용어인데 13세기 이후에 미학 용어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유현은 내 미적 취향과 딱 드러맞는다
유현이라는 미적 이상에 한걸음이라도 다가가 맛과 멋을 조금이라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유현은 그 경지가 심오하여 쉽게 이해되거나 표현될 수 없는 신비함을 가지고 있다
유현미는 딱 한마디의 말이나 글로 나타낼 수 없는 불명확한 몽롱함이다 그리고 우아하고 완곡하게 드러난다 노골적이지 않고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또한 고요한 침묵으로 그 신비에 다가가야 근접할 수 있는 선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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