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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봄맞이 산책

입춘과 우수의 사이, 봄맞이 산책길에 나선다
하천의 곳곳에 쌓인 잔설은 볕을 기다리는 음지의 간절한 바램이고 환절기의 상징이다
계곡의 산길은 얼음으로 미끄러워 아스팔트 도로로 길을 바꾼다 심동으로 가는 도로
는 한적하여 차가 잘 다니지 않아서 좋다 마을이래봤자 댕엿가구에 불과하지만 2차선 포장도로가 시원스레 뚫린 이 마을의 토속명은 지픈골(깊은골)이다
도롯가를 걸으며 봄의 전령들을 찾아보지만 아직은 땅위로 올라올 때가 아니라 때를 보며 움추려 있을 것이다

이만하면 봄맞이 산책길이 충분하다
따뜻한 기운이 전신에 스미지는 못해도 바람결 냉기가 기세를 누그려뜨렸다
아직 두 다리는 탱탱하여 두어시간 걷는데 피곤함이 없고 호구지책에 여념이 없지도 않다
주위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호기심이 서려있고 대하는 자연경물들에는 사랑스러움과 경의가 담겨있다
세속잡사에 얽매여 이 은일한 일상의 가치를 등한시하지 않으니 이것도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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