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골 마을에도 매일처럼 방문하는 차량이 있어 우리 집 개는 밥값을 하느라 부지런히 짖어댄다
솔직히 수십 년 전에 택배산업이 이렇게 성업을 누릴 것이라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다
매장 한 칸 없이 인터넷 판매로 적잖은 수입을 올린다는 사실을 지금도 못믿는 사람이 많다
우리 마을로 배달을 오는 트럭은 주문을 외고 소원을 말하면 즉시 소원을 들어주는 동화 속의 마법사다 원하는 것을 집에까지 어김없이 배달해 준다 작은 차이라면 댓가를 돈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점과 한 이틀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는 점이다
이 택배 트럭은 노마드의 시물라크르다 이 작은 시골의 정착민들을 찾아서 온 유목민이다 초원을 찾아 가축 무리를 몰고 이동하던 예전의 노마드와 달리 정착민들의 욕구를 채워줄 물건을 팔기 위해 온 천지 사방의 초원을 누비는 왕성한 현대판 대상들이다
모래 바람을 맞으며 별자리를 따라 세상 끝까지 행렬을 멈추지 않던 대상들의 후예는
별자리 대신 네비게이션으로 낙타 대신 중무장 트럭으로 온 천하를 누비며 세력을 확장해 간다
정착민들을 유혹하고 흔들고 공격하라는 기치를 내걸고 오늘도 우리 앞집에 택배 트럭이 공격을 시도한다
바야흐로 노마드와 정주민과의 세력 다툼이 한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