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련한 풀
너는 어디서 날아왔어?
이 거주지의 주인인 내 동정 섞인 말이다
연약한 줄기로 풀섶에서 엎드려 있구나 허리를 빳빳이 세울 수는 없지만 고개를 들고 생기 넘치는구나
근처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와 돌 틈지기에서 뿌리 내리고 눈망울을 뜨고 첫 봄을 맞는다
아마도 이곳으로 이주한지 한 두해 밖에 되지 않았을 노마드
바람을 타고 이곳에 정착했구나
바람은 발없는 노마드들을 위한 발이 되고 경계를 돌파하는 엔진이다
차별하지 않는 바람은 언제나 어디서나 운행하는 대자연의 수송선이자 은총의 입김이다
주저하지 않고 척추 같은 막대기 몇 개를 세워주고는 이 뜰의 정주민으로 받아들인다
청곡의 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