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 알맹이를 깐다
지난 해에 거두어 둔 것을 바깥에 오래 두어서 잘 말랐다
강냉이 알맹이들은 사열 받는 군인들처럼 질서있게 줄을 맞추고 있다 원통형의 일정한 단면적에 최대의 알맹이를 장착하기 위한 자연의 계획을 엿본다
알맹이들을 분리하는 일은 당연히 손으로 한다 업으로 하는 이들이야 탈곡하는 기계적 방법이 있겠지만 내 손과 손가락들이 즉석의 기계가 되어 밀고 당기고 비비고 돌리는 원시적 방법이 싫지 않다 손바닥 안에서 알맹이들이 마른 통에서 분리된다
이런 일도 하다보면 노하우가 금방생긴다 노하우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구체적 행동들이 내 신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감각적 느낌에 집중하며 소중함을 체험한다는 점이다
한 통에 박힌 알맹이가 300개가 넘는데 한 뿌리에서 보통 두 개를 수확하니 한 알로 600배의 수확이 가능하다는 점이 놀랍지 않은가? 자연의 위대한 재생력에 대해서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알맹이 반 줌은 씨로 쓰려고 따로 모아둔다 밭에 거름으로 땅을 기름지게 하고 씨앗을 한 두알 묻어두면 며칠 후에 뽕곳이 정수리를 내밀고 올라오는 잎을 보거나 싹을 틔우고 쑥쑥 자라나는 모습, 늘어진 수염이 마르며 여물어 가는 모습을 보면 농촌은 결코 변화가 없는 무미건조한 곳이 아님을 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을 온 몸으로 체득하는 큰 보상은 한 통에 000원 정도 돈이 된다는 경제적 가치와 비교되지 않는 다른 차원이다
한 여름에 키만큼 자란 옥수수를 꺾어서 껍질을 벗기고 삶으면 특유의 향내와 맛은 마트에서 산 다른 간식과는 차원이 다른 자연의 선물이다
그렇게 삶아 먹고도 남는 것은 말리고 뻥튀기를 해서 먹으니 금상첨화다
씨앗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옥수수의 전 생애와 내 경험이 상호 작용을 하는 농사의 이모저모를
사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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