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가에 가서 다래순을 딴다
움에서 손가락 크기만큼 새 순이 나와 딱 적기다
냇가의 바위 틈지기에 있어 따기가 마냥 수월하지는 않지만 청정한 공기와 바람, 계곡의 물소리를 듣고 자란 순도 백 프로인 자연산이다
다래나무는 길고 많은 덩굴 가지가 나와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간다
그래서 높은 곳에 있는 새 순은 채취하기가 쉽지 않고 낮은 곳에 있는 덩굴은 끌어 당겨 채취한다
길다랗고 나긋나긋한 가지에 많이도 달리는 새 순을 딸 때는 초식동물의 풍성한 먹거리가 되는 자연의 보시를 떠올린다
똑똑 따내 한 줌이 되면 보자기에 담으며 이 소박한 먹거리가 주는 즐거움과을 누린다
연두의 어린 새 순은 부드럽고 연해서 삶아서 말린 묵나물로 인기가 있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나물이라 나도 좋아하지만 보내주고 싶은 친지 한 분이 눈에 선하다
외갓집의 누님인데 젊은 시절에는 고향의 온 산을 누비며 나물을 채취했는데 이제 관절이 좋지못해 추억으로만 남아있어 아쉬워 한다
다래순을 딸 때 말릴때마다 누님을 생각할 수 있어 좋다
미터법으로 표현하지 않고 화폐가치로 환산해 보는 버릇을 천박하게 여기는 나는
오늘 딴 순이 묵직하지는 않아도 제법 된다며 만족한다
내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얻은 선물을 수치로 계량하는 일이 못마땅하다고 여긴다
삶아서 채반에 널어 말리다가 손으로 몇 번 휘젓는 일도하나의 풍경이고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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