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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등나무와 양철지붕

내 목공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컨테이너 얖에 친구가 준 등나무가 한 그루있다
등나무를 옮겨 심은지 십년은 족히 지나고  이제서야 양철 지붕 위로자리를 잡으며 꽃을 피운다
제 자발적 의지로 오른 것이라 놀라움과 기쁨이 반반이다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으니 여러 해 전에 은색 양철 지붕에 등나무를 올리려고 시도를 했었다 지붕 위에 나무 몇 토막을 올리고 고정해 보았는데 등나무 순이 엉덩이를 뒤로 빼고 한사코 거부를 하여 내 뜻을 굽히고 말았었다  

내 의지와 등나무의 의지가 충돌하여 자연의 법칙을 인위로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뜨거운 볕에 달구어진 철판에 그 연약한 나무 조직이 발을 내딛지 않는 당연한 이치를 잊고 있었다
등나무 입장에서 역지사지 하지 못한 불찰이었다

그러면 왜 지금은 올랐을까?
뜨거움에 대한 내성이 생겼을까?
화해를 한 것일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가지가 굵어지면서 양철 지붕에 맞닿지 않도록 목질부가 단단해져 있다 등나무가 이 악조건을 극복하려 자기 변형을 하었고 마침내 뜻을 이룬 것이다


가지 끝에 매단 꽃송이들이 뜨거운 양철에 끝이 닿을락말락하며 바람에 흔들린다
자연은 글자 뜻대로 스스로 그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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