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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낮달맞이꽃

달맞이꽃은 밤에 피어나는 꽃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개량종 중에 낮달맞이꽃이 있다 키가 작은 원예종이라 뜰에서 귀여움을 받는다
밤에는 오므리고 낮에 펼치는 꽃이라 달맞이란 속성과는 맞지 않지만 생김새가 닮아서 굳이 틀리다고 할 수도 없다

달맞이꽃이 생활습관이 바뀐 것일까?
달을 사모하다 사이가 틀어진 것일까?
혹시 변심을 하여 해를 사모하는 것일까?
달을 사랑하는 친월파에서 해를 사랑하는 친일파로 바뀐 것일까?

아니면 낮에 뜬 낮달 때문일까?
분명히 달은 낮에도 떠 있다 다만 강렬한 태양의 빛에 달빛이 눌려서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낮달맞이는 그런 달을 위로하는 것일까?
해가 주류라면 달은 비주류인 셈이다
강력한 빛에 가위 눌린 달은 구조적인 차별로 억압받는 약자의 서러움을 상징할 수도 있겠다

이런 상상을 하는 나를 보고 낮달맞이가 깔깔대며 웃는다 자기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며 그런 생각 한 번 해 본 적이 없다며 천진스런 표정이다
꽃잎을 돌돌 말아 감싸고 있던 무대의 휘장이 꽃받침이 되어 꽃을 떠받치고 있다
낮달맞이꽃을 보고 있으면 쓸데없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만 환한 웃음으로 지금 이 순간의 충만한 존재감을 누리는 꽃처럼 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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