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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장미꽃 덤불

장미는 가히 꽃의 여왕이다
불타오르는 정념의 색으로 몇겹인지 모를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구름 같은 연회복을 입고 물살의 소용돌이처럼 유혹을 하니 어느 사내가 끌리지 않으리오

여인이라한들 사랑의 열정으로 미의 절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장미를 예찬하며 부러워할 일이지 어찌 질투를 하리오

잘 가꾼 장미 화원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이 풍경을 만들려고 여러 해가 걸렸고 소소한 체험적 사건들이 있다 오로지 나와 연관된 것들이라 나에게는 소중하다
집을 지을 때 진입 차량로였던 콘크리트 포장도를 자연스런 화단으로 만들려고 주변의 자연석들을 손수레로 모으고 경계석으로 쌓고 흙을 넣으며 경사로를 4단의 계단식으로 만들었다 장미는 시장에서 사온 것이 아니라 손가락만한가지들을 잘라서 삽목한 것이다 이런저런 기술적 정보를 보고 배워 삽목을 한 것이다
그래서 장미의 현재 상태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보다 가는 가지의 토막들이 몸통이 잘린 채 뿌리를 내리려고 고군분투하던 과정이며 과정마다 쏟은 정성을 추억한다

들뢰즈의 영토화와 코드화라는 개념이 연상된다 나는 주택만 남의 손을 빌리고 그 외의 대부분은 내가 직접 해결하는 스스로의 방식,규칙,신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생산물의 외형적 결과보다는 얼마나 내 주체적 의지와 경험이 작용하였느냐를 중요시하는 코드가 강한 편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생산한 것들은 대체로 보잘 것이 없다
나는 직업적 전문적 기능을 가진 프로가 아니라 풋풋한 아마츄어임을 오히려 당당히 여긴다
이라한 맥락에서 나는 공원의 대규모 화려한 장미 단지보다 지금 이 장면을 의미있게 바라보고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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