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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전지를 하다가

수목을 전지한다
깡깡나무와 주목 각각 댓 그루를 데크 앞에 심어놓고 웃자란 잔가지를 가위로 자르는 가벼운 전지를 한다
전지는 전원생활의 독특한 즐거움이다
수형을 원하는대로 만들어가는 나무의 미용인 것이다
전지용 가위가 아닌 짤막한 가위를 들고 전지를 하는데 좀더 솔직히 표현하면 전지를 하는 것만이 아니다  음악을 들으며 가위질을 하는 것이다 가위질과 음악을 듣는 일만이 아니다
그런 일은 내 나름의 놀이이고 힐링이기도 하다 단순한 가위질이 사유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다보면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나기도 한다

또한 나무에 대한 비논리적이고 체계적이지 않은 단편적 상념들이 숱하게 스쳐가기도 한다 내 의식이 깨어나서 외부의 대상이나 내면으로 향하며 불을 밝힌다
이 의식의 불길은 시간을 가로지르며 어느 곳이라도 가며 논리나 합리에 구애받지 않는다 욕망이나 충동을 따라간다

내가 뜰에서 하는 이런 활동을 전지 작업이라는 일자가 아니라 다양체인 것이다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는 장(場)이다
전지와 음악과 사유와 그리움 등이 중심성이나 위계성 없이 독립적이고 평등하다
이런 다양체들이 자유롭게 접속하고 관계 맺고 새로운 생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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