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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초롱꽃이 피어나고

초롱꽃이 초롱을 들고 뜰 곳곳에서 꽃을 피우며 불을 밝힌다 한 가지에 여러 등을 달고 무거워 등줄기를 낮추고 바람에 흔들린다
촛불을 꺼지지 않게 하려고 바람막이처럼 가린 특이한 형태와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나는 초롱의 안쪽을 살펴보려 뒤집어 보기도 한다 암수술이 마치 초 두어 개를 모아 천정에 매달아놓은 것 같기도 하다

궁륭의 건축술을 선보이는 것일까?
마치 높은 하늘처럼 가운데를 높여 상하로 길쭉한 아치로 사방을 가리고 있다
궁륭의 벽에는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무늬가 물들어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저렇게 사방에 휘장을 쳐두고 소망의 촛불을 밝히고 있다

초롱을 들고 삽작 밖까지 나가서 어두운 길을 밝히며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은 얼마나 인간적인 따스함인가?
전기는 엄청난 밝음으로 편리를 제공하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의 정성과 참다움과 긴장감을 주지는 못한다

아이들 수련활동을 할 때  고도로 몰입하며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촛불의식을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이들은 종이컵으로 가려도 바람에 꺼질라 마음을 졸이며 손으로 가렸다 그 아이들의 조바심이 참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승화되기를 바랐었다

매년 초롱꽃은 피어나는데 올해는 또 다른 의미로 꽃을 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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