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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신령한 천왕봉

지리산을 오른다
백무동 골짝에서 신발끈을 졸라매며 각오를 다진다

골이 깊어 높아진 것인지 봉우리가 높아서 골이 깊어진 것인지 돌고 돌아도 오르막길은 몸을 눕히지 않는다
잠깐이라도 쉬며 차오르는 숨을 가라앉히고 싶어도 신령한 이끌림으로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뭇 봉우리들이 쟁취하려는 왕관을 쓴 천왕봉은 여러 봉우리를 거느리고 갈비뼈 같은 골짜기를 따라 계류를 흘러내리며 사람들의 길을 내준다
하늘과 땅이 사람을 사랑하여 높고 넓게 펼쳐 사람들을 품는다
사람들은 무한한 공경으로 하늘을 우러러 보고 땅에 감사하며 천지인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향을 꿈꾼다

천왕봉은 산의 신령함이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성스러운 곳이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견디며 풀리는 다리의 온 힘줄로 오로지 마음에는 신령과 접화하려 한다
성지를 향한 무한 배례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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