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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벗,지인과 함께)

유토피아 맛보기

2박3일 와룡대 캠핑을 함께 한 친구는 나를 포함해 넷이다
밤 낚시를 하는 친구, 요리를 하는 친구, 수석을 탐석하는 친구, 수영을 하는 친구, 다슬기를 잡는 친구 제각각 하고 싶은대로다 자유로운 선택으로 각자의 취항에 맞게 즐긴다
그러다가 식사 때가 되면 모여서 반주를 곁들이며 즐거운 이야기판이 벌어진다

그저 사흘간을 놀다가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사흘간의 공동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친구들 사이에는 어떤 서열도, 차별도 없는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서는 놀이 공동체가 된다
특정한 목적이나 목표 수행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그저 놀기 위해, 휴식하기 위해 임의로 합의한 재미있는 놀이판이다
함께 텐트를 치고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수렵, 채집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즐거운 놀이로 한다
친구들은 소년처럼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인간적인 충족감으로 행복해 한다

또 여기서는 경제 공동체가 된다
각자가 지닌 재능으로 생산을 하고 생산물을 공동 소유하고 공동 소비한다
낚시를 잘 하는 친구 둘은 헤드랜턴을 끼고 깜깜한 길을 헤쳐나가 밤 한두 시까지 빠가사리(동자개)를 잡아 공동체에 기증을 한다 수경을 끼고 다슬기를 건져 올려  공동체에 기증을 한다
재능은 개인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수단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과 우호 증진을 위한 도구가 된다
비록 우월한 재능이 없다고 해도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다양하며 최선을 다해 일을 수행함으로써 떳떳하게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이 판은 원시적인 공산사회에 속한다
비록 사흘에 불과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떠난 대안적 사회를 잠깐이지만 맛보게 한다
구성원들이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만큼 분배 받는 유토피아의 단면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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