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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잔디밭과 잡초

잔디밭의 잡초를 뽑아낸다
폭이 좁은 호미로 뿌리 근처를 콕 찍으면 쉽게 뽑힌다  제일 많이 뽑혀나가는 게 제비꽃이다

정원에 잔디를 심는 것은 깔끔한 초원에 대한 로망 때문이다 초록은 생명의 색깔이다 나뭇잎, 풀잎이 햇빛을 원료로 빚어낸 은혜의 색이며 생명의 빛깔이다
정원의 잔디밭은 말끔한 단순미를 추구한다 잔디만의 단일종만으로 이루어져야 그런 미적 원리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잔디가 자라서 잎이 삐죽삐죽 올라오기 전에 예초를 하고 바람에 날려온 다른 풀들을 뽑아내야 한다

제비꽃이 잔디밭의 잡초로 격하되는 것은 잔디밭의 전체주의적 통일성을 저해하는 까닭이다
제비꽃이여 미안하구나
네가 흔해서도 아니고 싫어서도 아니란다 다만 여기가 잔디들의 땅이라 사람들이 정해 놓은 이념의 희생양이 되는구나
너를 차별해서 박해를 하고마는구나
강한 생명력으로 다른 곳에서 살아가라고 일시 추방하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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