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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선친의 제사를 모시며

선친의 제사를 모시는 날이다
세상을 뜨신지 37년이 지나고 태어나신지 100주년이 된다
현재의 내 나이보다 7년이나 이르게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다
십년만에 장남인 나를 낳았으니 어머니의 마음 고생과 아버지의 간절함을 알만하다
어렵게 얻은 아들이기에 당신의 교육적 이상을 나에게 투사하여 극진히, 엄격하게 대했다
일본의 사무라이처럼 정직하고 강인하고 명예로운 사람이 되도록 강조하셨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사범대학에 가라고 하셨다
예절 바르고 정의롭게,합리적으로 살라며 <새 출발> <인격개조>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셨다

아버지는 엄한 훈육가였고 철저한 삶의 멘토였고 희생과 헌신의 십자가를 지셨다
하도 엄하여 집에서 쫒겨나온 적도 많았다 술을 많이 드시고 나무랄 때는 짜증을 많이 냈고 술주정이 심할 때는 온 가족들이 힘들어 했다

내가 사범대에 다닐 때 어버지는 집안의 유력 인사에게 청하여 명동에서와 어느 대학에서 건물 관리 일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마음 한복판에 항상 내가 있었음을 이제서아 안다 사랑했기에 욕심을 부렸고 나무랐고 끝없는 요구를 했다
꿇어앉아 지루한 훈육에 반항을 하기도 했다

일년에 한두 번 바라보는 아버지의 영정은 늘 한 표정으로 고요해 보이지만 내 뇌리 속의 아버지는 성취를 위한 격정과 완벽을 향하는 격정으로 가득하여 인자하고 자상한 이미지보다 분노와 엄격함으로 추궁하고 닥달하는 부정적 이미지도 많다

아버지가 그립다
귀향해서 여유롭게 살아가는 내 모습을 보면 좋아하실텐데......
술도 따라드리고 냇가에도 같이 가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아버지!
늘 부족하고 실망 시켰지만 그래도 저로 인해 기뻤던 적도 있었어요?
라며 자문자답을 해본다
아버지 대답이 들린다

"그래 네가 태어나서 제일 기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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