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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목 없는 석불

경주국립박물관 야외전시장에 목없는 돌부처가 많이 있다
예전에 중죄인에게 참수형이 있었는데 목 없는 석불이 참수를 당한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목이 떨어진 구체적인 사실 여부나 동기 등을 재론하고 싶은 의향이 아니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처럼 죄없는 돌부처도 참수를 당했구나
불심을 배격하는 폭도들의 도끼를 맞고 죄없는 중생들을 대신해 참수 당한 부처의 고난의 길이었구나
석불에게도 제 사주팔자가 있는 것인지 흥망성쇠의 운명에 좌우되는구나

박물관 관람객들은 혀를 끌끌 차며 애석해하거나 성물이 훼손당한 모습에 일말의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나도 딱해서 석불 목에 내 목을 얹고 탄식을 한다

"에구구
사람도 아닌 것이 사람의 형상을 취했다고 더구나 거룩한 성상이 되었다고 가혹한 메질을 받았구나  기구한 운명이여 언제나 저 업에서 벗어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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