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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상추탑

비 오는 날 비닐돔 안에서 늙은 상추를 만난다
상추는 늘 그렇게 거기에 있었는데 오늘처럼 늙은 상추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저 스쳐갔을 뿐이었다

내 상추쌈 먹거리로 줄기에서 풍성하고 연한 잎들을 죄다 주고 상추가 변신을 한다

상추탑
기단 부위는 공양의 흔적만 남긴 채 비우고  탑신을 수직상승시켜 영락없는 다보탑이 다

깨알보다 작은 씨앗이 연약한 잎을 내고 자라며 내 먹거리로 온 몸을 내어주던 상추가.......

그 탑 상륜부가 노란 꽃으로 피어나
무너져도 무너지지 않는 영생의 탑 앞에서
무심코 합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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