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알갱이를 깐다
말을 우회하여 몸통으로부터 분리하는 탈곡을 수공으로 행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아무 관심도 흥미도 없을 그깟 일에 불과한 단순 소박한 일상 하나를 남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고 즐기는 허심의 유희다
원통형 몸통에 치아처럼 돋아난 알갱이들이 군인들 열병하듯 줄을 서서 촘촘하다
내 이제 어떤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몸소 작업을 할 것이다 양팔, 양손에 딸린 열개의 손가락과 두 눈과 편안한 자세로 앉을 수 있는 엉덩이와 곧추선 척추가 상호 협동, 협응하며 작업을 원활히 수행할 것이다
엄지 손가락의 말단 근육이나 손톱으로 밀거나 당기면 낱알 하나가 밀려서 뽑히며 분리된다 다음은 바로 인접한 알갱이를 공략하여 빈 공간으로 무너뜨리면 된다 길이로 2 ~4열 정도를 길을 내고 다음에는 손으로 잡은 자세를 바꾼 후에 손끝으로 밀고 당기면 와르르 무너지며 능률이 오른다 이 방법만이 있는 것은 아니며 다만 내가 터득한 방법일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사소하기 짝이 없는 방법을 장황하게 늘이놓다니 ....쯧쯧 " 할지도 모른다
내 딴에는 알곡을 분리하는 과정을 내 몸의 뼈와 살갗, 내 완력으로 제볍 장시간에 걸친 지루함을 견디거나 색다른 재미와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사태 자제에 집중하며 의미를 찾는다
이런 일에 대한 일상적, 자연적 태도는 재배 방볍이 어떠니, 수확량이 얼마니, 시장 가격이 어떠니,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이 어떠니 하는데 머무르지만 현상학적 태도는 그런 자연적 태도로 판단하는 것을 보류 또는 중지하고 사태의 본질로 환원하고자 한다
이성적 판단에 의한 객관적 진리가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 지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절절한 나의 체험담을 소중히 여긴다
몸의 철학자로 알려진 메를로 퐁티의 내용을 내 일상에서 적용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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