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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늦여름에 씨 뿌리고 모종을 심으며

입추를 지나도 연일 폭염 경보가 발령된다
사람들이야 8월 염천이 피하고 싶지만 농작물들에게는 더위가 생존의 기본 조건이다
지난 해에 씨 뿌리는 시기를 맞추지 못해서 작물들이 생육하지 못해 비실거리는 것을 보고서야 깨달은 것이다

"올해는 때를 놓치지 않아야지 "라며
다짐한대로 밭 두둑을 짓고
배추 모종을 심는다
비좁은 포트에서 자란 모종의 갸날픈 허리 춤을 쥐고 잎 한 장이라도 묻히지 않게 조심스레 심는다 흙을 꾹꾹 눌러주며 기운을 북돋우는 일도 잊지 않는다
무우씨도 심는다
씨를 묻어두고 며칠을 기다리면 경이로운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
무우씨 한 귀퉁이가 딱딱하던 껍질에 균열이 생기고 응축된 기운을 모아 그 틈새로 분출하며 생명의 기운이 싹 틀 것이다


씨앗을 뿌리는 일은 대지의 무한한 은총을 실제적으로 체감하는 일이다 한 생명체가 대지의 품에서 타고난 천성을 회복하는 일이요 생명의 운동인 것이다

대지는 허리 굽혀 일하는 내 땀을 받아들이고 생명의 신비 한 부분을 보여주고 맛들인다

오늘 아침 햇빛이 강렬하여 연약한 잎이 못 견디나 싶어 조바심을 냈는데 오후에 소나기가 내리니 노파심에 불과했다
저 비가 그치면 새로 원기를 충전한 잎이 나를 반겨줄 것이다
그리고 무우 떡잎이  정수리를 밀고 대지를 박차고 오르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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