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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풀벌레들의 연주

가을의 초입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꼭 밤중에만 울리는 소리는 풀섶에서 돋아난다
한 번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은둔의 악사는 풀벌레들이다

걷던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귀 기울여 본다
여러 종류의 악기들이 협주하고 있다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벌레들의 울음이 아니라 음악이다
끊어질듯한 애처로운 음악으로 들리다가 이제는 생명의 환희를 자축하는 장엄한 음악으로 들려온다

이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구나
은둔의 악사들이 나를 툭 깨운다
이 가을에는 보다 깊어지고 익어가라 한다
이 생음악이 연주되는 밤의 풀섶으로 발걸음을 하라한다
이어폰은 놔두고 밝은 랜턴도 놔두고 빈 몸으로 맑은 정신으로 나오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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