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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난롯가에서

요 며칠 들어 혹한이 맹위를 떨친다
아침에 일어나면 거실 난로에 재를 치우고 불을 피우는 일이 일과가 되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춥고 배 고픈 건 변방이고 서민들이다
가늘고 연약한 나뭇가지와 잎들은 영양의 공급도 차단되고 혹한의 매서움에 그대로 노출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혹한에 대비할 여력이 부족한 예전의 우리는 모두가 지독한 빈민이었고 온몸으로 추위를 견뎌야 했다
몸을 감쌀 방한복은커녕 얇은 겉옷과 양말, 신발로 긴 겨울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한겨울에 얼음판을 다니며 놀이를 즐기던 건강한 유년시절이었다
어쩌다 엄한 선친의 꾸중으로 집에서 일시적이지만 쫒겨나면 겨울 들판의 군데군데 쌓아놓은 짚동의 품에 안겨 깜빡 잠이 들기도 했다

중2부터 자취를 하던 학창 시절에는 콧구멍만 한 방조차 따스하게 할 수 없어 체온으로 잠을 청해야만 했었다
어쩌다 형편이 좋아져 연탄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제 때 탄을 갈아주지 못해 불을 꺼트리기 일쑤 었고  매퀴한 연탄 연기를 맡으며 피울 때는 눈물이 찔끔거리기도 했다
아랫목을 따뜻하게 하려고 아궁이에 연탄을 피우고 열기가 아까워 양동이를 올려놓기도 하였다

난롯불을 지펴놓고 온기에 볼이 발그레해지며 추웠던 시절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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