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 넓은 공터에 반짝 뜬 특설 이동 유세장.
기세등등한 현수막을 걸고 장꾼들의 소맷자락을 끈다.
수로에 설치한 통발처럼
축제의 판을 펼쳐라. 풍악을 울려라
“마이크 시험 중 마이크 시험 중 볼륨 업 더더더....”
율동이 없을 소냐. 빨간 유니폼에 어깨띠를 두른 호객꾼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흥겹게 들썩거리는 말춤
‘공짜는 없는 법이다!’ ‘고객은 왕이다.’
만고불변의 진리와 인간심리를 꿰뚫어보듯 곱사등으로 연신 악수를 한다.
차곡차곡 불러오는 전대. 저비용의 고효율의 스킨쉽은 확실한 한 표다.
횡재가 오면 포옹이 가는구나. 얼씨구 절씨구
거래가 이루어진다.
무대에 오르는 짙은 루즈에 향수를 덮어쓴 말말말
마술사의 빈 보자기에서 신출귀몰하는 솜사탕 선물들, 빈 하늘에 쏟아붓는다.
연호하는 함성 열광하는 환호성이 건너 편에 메아리 치자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죽고 사는 것이다.’며
상대를 찌르는 삿대질이 주먹으로 부메랑이 되고
창과 방패의 공방으로 살기를 품더니 기어코 독을 묻힌 마타도어
쑥덕거리는 시장.
숨 죽이던 심판의 날이 지나고
우쭐거리는 벽보며 끈 떨어진 현수막들이 수거되고
패거리들의 기세와 함성이며 뒷말들까지 잦아들면
시장 사람들은 이 추억을 앨범에 간직하며
다음 라운드 더욱 흥겨운 축제를 꿈꾼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