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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개나리 울타리를 낮추며

주택 뒷편의 생울타리로 심었던 개나리의 키를 대폭 낮춘다 높이가 2~3m 되는 것을두 뼘 이내로 줄이려고 한다
이 울타리는 뒷 집과의 시선 차단을 위해 의도적으로 조성한 것이었다

이제 울타리를 낮춘 것은 뒤에서 두세 마리 소를 키우다가 작년부터 그만 둔 것인데 사연은 이렇다
뒷집 마당으로 사용하는 약 20여 평의 내 토지를 사용하도록 허용해 주었었다
그러다가 재작년에 그 토지를 경계 측량을 하고 펜스를 쳐서 뒷집에서 소를 키우기 어려울 정도로 마당이 좁아졌고 노인의 힘에  부치기도 했던지 소를 기르지 않았다

오랫동안 사용을 하게 해 준 것은 홀로 사는 노인의 생계 문제라고 여긴 선의에서였다
그런데 노인은 이런 정황을 고맙게 여기기보다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위생개념도 부족하여 트러블이 생겨 내 선의를 거두기로 한 것이다
한 번 결단을 하면 단호해지는 성격이라 거침없었다

아무리 작은 축사라고 해도 냄새로 인한 고통이 매우 컸다 저녁 무렵이 되면 기압이 낮아 소 배설물의 악취를 견뎌야 했다
사람들은 이런 사정들을 잘 모르고 함부로 말을 뱉기도 했다
그래도 스스로를 달랜 것은 나보다 먼저 자리를 잡아서 소를 기르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법적 논리와 내 생활권보다 가난하게 살아가는 노인의 생존권이 우선이라는 휴머니스트의 논리였다
이웃 사랑은 불편과 고통을 견디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던 16년의 세월이었다


이런 영문을 알지 못하는 개나리 가지들이 이리저리 엉키며 제 기운대로 무수히 꽃망울을 맺고 꽃을 피우고 지며 많은 세월이 지나갔다
조금 일찍 잘랐으면 좋았을텐데....... 마음에 캥기는 것이 있는 까닭은 자른 나무에서 무수한 움들이 연두색으로 생기를 띠고 있어서다
원체 생명력이 넘치는 나무라 몸통이 많이 잘려도 왕성히 새 움을 틔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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