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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우수의 사색

우수가 지나고 사나흘 째 비가 내린다
아직은 춘삼월이 되지도 않았는데 비가 많이 내려 개천에 물소리가 세차다
젊은 시절에는 24절기에 대해 그 따위라 칭하며 비합리적이고 전근대적 인습 등으로 치부하며 냉소적이었다 옛날 농경민적 사고방식이라 여기며 기계적으로 도식화한 민간 계도용 등으로 여기는무관심과  무지의 천박함을 드러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절기에 대한 접근 방식이 매우 달라졌다
꼭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하거나 농촌 사람들의 인습적 사고방식에 동화되어서가 아니다
전원생활을 하다보니 계절의 변화, 일기의 변화 등에 민감해졌고 절기의 바탕에 흐르는 자연애와 인문적 사유에 친숙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동양적 우주관에 익숙해지고 내 삶에 녹아들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우수란 절기는 눈이나 얼음이 녹아 물이 흐르고 날씨가 풀린다는 것이다
얼어붙은 동토가 녹아 생명 작용이 기지개를 켜는 것이다

겨울의 냉기에 야생의 동식물은 헐벗고 굶주리며 활동을 최소화한다 수난을 견디며 봄을 기다린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린 움들은 간절하게 봄을 기다리고 있다
얼어붙은 땅이 녹고 서서히 움츠린 가슴을 열기 시작한다
이제 맺히고 얼고 부동의 상태에서 풀리고 빗장을 열고 가슴을 펴고 외부를 향해 손을 내밀 때가 된 것이다
말라 비틀어진 움에 연두빛 안색이 돌고 눈망울이 젖고 이윽고 작은 균열이 생기며 생기를 회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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