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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나물 한 줌의 추억

며칠 새 바람의 입김이 제법훈훈해지고 호미가 손을 끌고 밭으로 간다
흙은 약간 젖어있고 보드랍고  젖내음이 풍겨온다
쪽파가 있는 밭두둑에 나물들이 함께 자라고 있다
냉이, 꽃다지, 광대나물을 한 줌 캔다
나물을 캐다 아련한 기억 한 올이 나물 뿌리에서 매달려 나온다


오래 전 내가 30대에 교직생활을 할 때, 경주 양북면에 있는 기림사 근처, 야외 식사를 준비하며 삼겹살을 굽고 있는데 아버지가 잠시 안보이시더니 산나물 두어 줌을 뜯어와 매우 기뻐하며 된장국에 넣어 먹었던 기억이다 까마득한 기억이라도 살아 있어 당시를 회고하며 선친에 대한 그리움이 울컥  솟구쳐 온다
남들은 이런 기억쯤이야 흔할 수도 있겠지만  예순 넷에 세상을 뜨신 터라 그 짧은 순간의 행복마저도 아쉽고 소중하기만 하다

그 짧은 순간을 다시 재현할 수 없어 눈이 그렁그렁해진다
어려서 부모님은 오매불망 나를 사범대학에 보내려 했고 다행히 그 뜻을 이루었다는 것이 내가 자식으로서 부모님을 기쁘게 한 최대의 일이었다
지금 귀항하여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을 보지 못했으니 아쉬움이 크다
  
오늘 이 한 줌의 나물을 통해 선친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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