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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도투마리와 우슬이 활개 치는 밭

처가에 가서 블루베리와 정원수 전정을 하고 온다
블루베리 밭에 부직포를 덮었지만 빈 틈을 비집고 뿌리를 내린 우슬(현지인들은 쎄물팍이라 부른다)이  블루베리 뿌리와 뒤엉켜 번성하고 있어 뽑아내야 하는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게다가 밭 한 켠에는  아주까리 씨앗만한 크기에 온통 돌기로 무장한 도투마리까지 세를 확장하는 중이라 밭의 미래가 훤히 내다보인다
간섭과 통제를 받지 않는 무정부주의, 자유의 땅을 향해 나아간다
부지런한 주인의 통치 하에서는 발도 들여놓을 수 없는 이 유랑 식물들은 사람들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밭두렁이나 황무지를 터전으로 살아간다
그런데도 주택 앞마당의 밭에 버젓이 점유하여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거드럼을 피우며 살아가니 주인장이 도인이 아니면 일 솜씨를 알만하지 않은가? 하하

90이 목전인 장모님은 채 쉰이 되기도 전에 홀로 되어 2남4녀를 길러낸 장한 어머니다 (보훈신문에도 그렇게 소개된 바도 있다)
그런데도 농삿일은 형편없어 이런 잡초들의 전성지대를 만들어 놓았으니 농삿꾼들이 보면 웃을 일이다 한 번은 풀을 매는데 호미로 하는 일을 낫으로 땅을 파며 징그러운 풀이라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래도 자식 농사는 누구보다 잘 지은 분이니 부럽기도 하다

귀가해서 잠자리에 드니 도투마리 세 놈이 바짓 가랭이에 붙어와서 나를 툭툭 찌르며 제 존재를 알린다
사람의 몸에 무임승선하여 신대륙으로 항해를 한 것이다

스물일곱에 나를 따라와 40여년을 동행하는 한 여인과 이 가문과의 인연의 끈이 도투마리와 진배 없다는 생각에 인생의 오묘함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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