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원생활의 즐거움

사월 초하루에

사월이 시작된다
달력 한 장을 찢어낸다
지난 한 달 31일을 소비한 것처럼 지난 과거로 밀어넣고 새 달을 맞는다

태양력에는 인류의 누적된 지혜가 담겨 있다
태양의 공전과 관련된 지식들만이 아니라 일정한 주기별로 새로운 시작과 종결을 하도록 하는 실천적 미덕이 담겨있기도 하다
일년을 열 두달로 나누고 한 달을 서른 전후로 나누고 하루를 낮밤 24시간으로 나누는 등의 분할법을 차용한다
영원한 시간을 관리하는 인간의 지혜가 놀랍다

대나무를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마디마다 잔 가지들과 잎들이 나오는 방향과 갯수들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마디마디로 나누어지는 분할과 전체적 통합이 엄밀한 질서에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

새 달, 새 하루가 내 삶의 말랑말랑한 질료가 된다
이제 화목 난로의 연통을 청소하고 밭에다 퇴비를 뿌리고 땅을 뒤엎고 여러 작물들을 심고 기를 것이다
뜰에 화목들이 새 눈을 뜨고 잎을 내는 과정들을 살펴보며 낭만을 누릴 것이다



'전원생활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땅두릅을 캐며  (0) 2024.04.06
두꺼비와 조우  (1) 2024.04.01
개나리 아가씨  (0) 2024.03.31
돌단풍  (0) 2024.03.27
수선화의 아름다움  (0) 2024.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