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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초대형 캔버스

언젠가 집 구경을 온 사람 하나가 앞 산이 시야를 막아 탁 트인 전망이 아쉽다고 한 적이 있다
산이 먼저 선점하고 있어서 어쩔 도리가 없었고 절벽처럼 산이 버티고 있어서 냇가 바닥에 누운 너럭 바위가 일품이라며 무례한 언행에 유머로 일침을 가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풍수지리상의 여러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집터는 드물고, 있다고 해도 구하기 어렵다
그런 완벽한 터를 구하기보다는 좀 미흡하더라도 자족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보다 더 현명한 태도는 기존의 조건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을 조화하는 주체는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산은 시야를 차단하는 방해물이 아니라 대자연의 캔버스로 긍정 수용을 하고 계절마다 변하는 화폭의 그림으로 여기면 어떨까?


주택 앞에 있는 횡으로 산은 벼랑 위에 세운 이젤이고 캔버스에 초록의 퍼포먼스가 진행 중이다
며칠 전의 비로 목욕재계하더니 하루가 다르게 작업 속도가 빨라진다
초록의 향연이라고 해야겠다
색과 빛을 다루는 솜씨가 절묘하다
초록은 같은 색이 아니다 초록 빛이라고 모두 같은 빛이 아니다

연두가 자라 초록이 되는 걸 보면 색이나 빛도 나이를 먹는다 어린 것일수록 부드럽고 연하다 지난 겨우내 볕을 저장한 솔잎은 검푸렇고 새 옷을 갈아입은 참나무며 노각나무는  밝고 경쾌한 초록이다
나무마다

붓으로 칠을 하는 게 아니라 뿌리는 것도 아니다 돋아난다고 하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누구 하나 주관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그러하니 자연이다
빛과 바람과 물과 흙이 하나로 어우려져 빚어내는 자연의 축제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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