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엄나무순을 딴다
손톱길이만한 가시들이 호위병처럼 창검을 들고 일렬로 배치되어 가지를 보호한다
일부 가지는 밭둑 아래 한 길이 넘는 벼랑쪽으로 뻗어 있다 가지들 끝단에 달린 탐스런 새 순들이 그 매서운 호위병들 사이로 침투하라고 유혹한다
이 성가신 침입자들을 피하려고 해마다 나무는 키를 키우지만 이 영악스런 사람들은 팔이 닿는 거리내에 두려고 잔꾀를 써서 키를 낯춘다
나무와 사람 사이에도 긴장감과 타협이 오간다
두꺼운 가죽 장갑을 끼지만 호위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가지마다 손가락만한 길이로 통통하게 자란 연두빛 새 순에 팔아 닿을락말락하다
호위병들 사이로 조심조심 몸을 밀어넣고 팔을 뻗어 본다
매사가 뜻대로 이루어지면 긴장감도 성취감도 저하되는 법이지
이렇게 거둔 새 순들이 봉지에 담겨져 누군가에게 전해질 것이다
이렇게 봄볕이 따스한 날에
생의 한복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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