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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조각도 보수

서각하는 창칼이 나무 자루 사이에서 수많은 망치질을 견디지 못해 틈이 생기고 틈새가 벌어져서 결국은 제 역할을 못한다
아무리 쇠가 강하고 날카로워도 물고 있는 자루가 흔들리면 소용없는 일이다

나는 임기응변형으로 작업하는 스타일이다 타고난 천성이거나 자라면서 형성된 성격에 기인하는 것일게다
칼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 보면 한심할 노릇이지만 돈 주고 사서 쓰는 것보다 내가 만든 것을 고집하는 까닭이 있다

작업 과정에서 타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싶어서다
시장, 성능 좋은 공구 , 타인의 손길 등이 타자에 포함된다
글도 내가 직접 짓고 글씨도 직접 쓰고 칼질도 내가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서각도를 수리하는 것도 직접 하는 것이다
그래도 접착제나 철물 등은 내 한계를 벗어난다
또 다른 이유라면 전 과정의 작업에서 기쁨이나 즐거움을 향유하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생산물의 외형적 산물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나는 좀 다르다
결과물을 소유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향유하는 존재적 누림을 원한다

느티나무 판자 두 면 사이에 창칼이 들어갈 홈을 파고 순간 접착제로 고정 시킨 후 바이스에 물려놓고 있다 나중에  사각형의 외면을 깎아서 손 안에 쏙 들어가도록 하려고 한다
아무리 허접해도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 작업 과정의 즐거움도 그만큼 커진다
쇠붙이를 감싸고 있는 두 개의 직사면체가 단단히 굳으면 움켜쥔 손 모양에 맞게 자귀로 깎아낸다
이 작업이 제일 재미있다 칼을 쥐면서 가장 손바닥이 편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자귀질로 조금씩 조금씩 깎아낸다
예전의 목수들은 자귀로 어지간한 일은 다했다고 하는 말에 공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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