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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뻐꾹나리

야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풀인데 수수한 차림으로 평범해 보여 지나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아두지 못한다

꽃은 축제의 현장이자 무대다
무대를 펼치는 과정이 우아하고 아름답다
하얀 천 여섯장을 펴서 둥글게 연결한 것이 마치요가의 달인들이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과 같다
시작할 때는 여섯장의 천이 주먹을 쥔 손처럼 감싸고 있다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주먹을 펴서 뒤로 젖히는 고난도의 안무다
이와 동시에 무대가 상승하며 연기할 배우들을 맞이한다
에로틱한 분위기에 숨을 멈춘다
드디어 등장하는 청춘남녀들, 남자 다섯과 여자 셋이 둥글게 원을 따라돌며 손을 맞잡고 춤을 춘다 원시 부족들의 축제처럼 이성을 동경하다가 드디어 공개적으로 마음이 끌리는대로 짝을 찾는 광경처럼 .....


다섯의 수술은 한껏 허리를 젖혀 부풀어오른 생식기로  암술을 유혹하고 세 암술은  끝이 두 갈래로 갈라져 고타로운 몸짓으로 유혹에 응답하고 있다
청춘남녀들의 축제가 무르익으면 마침내 합방이 이루어지고 화려한 축제가 끝난 후에 세 개의 씨방에 풍성한 생명의 결실이 생길 것이다

뻐꾹나리라는 풀이다 이 아름답고 풍성한 축제는 은밀하여 초대에 응하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들은 크고 화려한 것에 취해 이런 작고 은밀한 축제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응하는 풍성한 어휘가 부족하고 상상력이 빈천하여 그저 작은꽃으로 무시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지금 그를 뻐꾹나리라고 이름을 부르고 있고 그는 내게로 다가와 춤으로 음답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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