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리 덤불에 무수히 피어나는 작디작은 하얀꽃들
대엿 해 전엔가 인근 산기슭에 자생하는 풀 한 포기를 옮겨와 발길이 많은 집 입구에 심었다
친구 우림이 으아리를 소개하며 이름을 알러주어서 인연이 된 풀이다 말라비틀어진 가느다란 줄기에 비해 뿌리는 통통한 뿌리들이 제법 튼실해 보였다
야산 곳곳에서 바람이 정해준 정처를 마다 않고 온갖 나무나 풀더미 사이에서도 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왔던 강인한 풀이다
으아리 입장에서 보면 난생 처음 사람의 보호를 받으며 생장하는 경험을 하는 중이다
거름기도 있는데다가 많은 순들이 의지하며 뻗어나갈 수 있게 세워주는 지주도 많다
게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치는 곳이라 관심과 사랑의 눈도장을 연신 받는다
그 사랑에 보답하듯이 수많은 순들이 덤불에 기대며 수많은 꽃을 피워낸다
이 덤불을 바라보면 내 상상이 날개를 펼치며 무한 자유의 경지로 나아간다
저 작은 흰 꽃 하나하나를 나는 별이라고 생각한다
이 많은 꽃들 중에 하나가 내가 살고 있는 지구라고 여긴다 이 한 송이 꽃 옆에 있는 꽃이 달이고 이 주변이 태양계라고 여기며 상상의 범위를 넓혀나간다
그러다보니 으아리 덤불이 해가 갈수록 확장이 되고 형태도 조금씩 달라진다
놀라운 것은 그 보잘 것 없이 연약하던 풀 한 포기가 좋은 조건이 되니 으아리 왕국이 되고 우주를 형상화하는 느낌마저 주는 점이다
아름다움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
이 으아리 덤불은 내가 만들고 체험하는 숭고의 미의식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지만 우주에 충만한 별들의 기운과 운동을 사유하며 때로는 경건해지고 엄숙해지기도 한다
청곡의 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