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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감시하는 사회

우리 헬스장 안에 두 개의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이와 별도로 창문 밖에는 2층 높이의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고 있다
조지 오웰의 표현을 빌면
Big brother is watching you!
빅 브라더란 감시 시스템인데 누구인가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잠재적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적 가치 실현을 위한 것이다
감시 시스템이 일상생활 속으로 스며들어 있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헬스장에 설치할 때 , 당시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나부터 적극적으로 설치를 해야한다는 공익적 필요성을 내세웠었다 어떤 불온한 침입자가 있을지 모르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안전사고나 성범죄에 대비하여 증거 확보를 위한 것인데 어찌보면 잠재적 범죄를 막자는 예방 차원이고 불안 해소용일지도 모른다
문제 발생시 법적 대응을 위한 증거 확보는 강한 설득력을 가졌다 봉사 차원으로 협력을 하는 입장에서 잠재적 범죄에 대한 방어용으로 이만한 수단이 없었다
그러나 혹시 회원들이 감시 당한다는 느낌을 받을까봐 문제 사태가 발생시에만 경찰 입회하에 공개한다는 단서를 달아 동의를 구했다
2년이 되어가지만 한 번도 문제 사태는 없었고 회원들도 자연스럽게 감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감시 카메라가 효용성이 없었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근대 이전의 권력은 권력을 공개적으로 과시하며 공포감을 주었다
죄인을  다수 앞에서 공개 처형하여 공포감을 주어 권력에 굴복하도록 했다 아직도 북한 같은 일부 국가에서 공개처형이 이루어지는 것은 과거의 악명 높은 권력의 잔재를 보여준다
인권을 중시하는 근대로 넘어오면서 제도와 규율을 통해 구성원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종래의 폭압적 감시와 처벌 대신에 성원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규칙과 제도 즉 시스템에 의한 통제나 지배가 이루어졌다
학교, 군대, 병원, 국가 등 다수의 욕구가 갈등과 충돌을 일으킬 때 위임받은 권력으로 세세한 규정, 규칙 조례 법 등으로 규제했다

현대사회의 감시 시스템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일상에  이미 자연스럽게 적용되고 있다
제레미 벤덤의 판옵티콘(Pan opticon)이 연상되어 온다 죄수를 감시할 때 소수의 감시자가 위치를 드러내지 않고 다수의 죄수들을 한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건물의 구조를 제안하면서 사용한 용어다
감시자가 한 눈에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피감시자들이 갖게함으로써 죄수들이 스스로를 감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벤덤은 패놉티콘이 감옥만이 아니라 학교, 공장, 병원 같은 곳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이라고 보고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패놉티콘만이 아니라 전자에 의한 감시과 광범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스마트폰, 자동차 블랙박스, 신용카드, 컴퓨터 통신망 등에 내 정보가 암암리에 노출되고 있다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내 신원을 밝혀야 하는 경우도 많도 내가 무의식중에 단 댓글 하나도 나를 노출한다
예전에 무심코 뱉은 말들이 오랜 기간 후에도 소환되며 문제를 발생 시키기도 한다
학폭 문제, 성폭력 문제, 정치적 소신 발언, 젠더문제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지울 수 없는 발언이나 증거로 쓰디쓴 좌절을 겪는 사례들을 많이 보았다
내가 아무리 자유와 인권을 위해 개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 해도 그것은 한낱 이상일 뿐이다
로빈손크루소처럼 살지 않는한 그런 구조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없다
문명의 이기들이 매우 다양한 형태로 우리를 감시하고 그런 감시가 우리를 속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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