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대에서 상류 쪽으로 오전 산책을 나간다
협곡이라 도로변에서 바라보는 강은 한참이나 저지대인데 평소에 흐르는 수량에 비해서 강폭은 매우 넓다
우기에 홍수가 범람할 때를 대비하여 강폭이 오랜 세월을 두고 대비한 역사적 경험이 배어있다
태산준령은 골짜기도 많고 길어서 엄청난 수량을 쏟아내고 강으로 흐르게 한다
엄천강 상류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도로변에 심어놓은 살구나무에 마지막까지 매달린 살구 열매를 긴 나뭇가지로 따며 원시의 채집인들의 퇴화된 본성을 되살려보기도 한다
자귀나무가 울창한 산림에서 햇빛을 보려고 초인적 의지로 우듬지를 키운 것을 직감으로 공감한다
도로변인데도 아름드리 소나무가 풍채를 뽐내며 야생의 건강미를 드러내고 감탄을 쏟아내기도 한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이들답게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원숙하며 지식들이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들을 즐겁게 쏟아낸다
도로변에서 강으로 내려가는 비탈의 경사가 심하고 높다 바위들이 날을 세운 채 전투를 치르는 것처럼 무질서하게 독기를 품고 있다 골짜기에서 제 멋대로 자란 초목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거부한다
와룡대 다리에서 사오백 미터쯤 윗쪽에서 강으로 향하는 오솔길이 있어 강으로 내려간다
수석 애호가 친구가 이끄는 발길이라 자연스럽게 동참한다
마음에 들만한 모양새 좋은 돌을 찾으려 수많은 돌들을 살펴보지만 흡족한 미소는 다음 기회로 연기된다
그래도 그런 호기심어린 탐석이 즐겁다 좋은 돌을 못찾아도 아쉬워하지 않으니 욕심없는 여유로운 마음이다
강변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바위들이 강변의 풍경을 이루는 중요한 배치물이다 거대한 바위에서 작을 돌멩이, 자갈, 모래들이 장구한 세월이라는 시간의 궤적을 따르며 유전하는 중이다
언제부터인지,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 명확하게 알지는 못해도 들들이 갈라지고 깨지고 구르고 풍화되며 크기가 작아지고 위치를 이동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중이다
내가 걷는 오늘 이 순간은 영원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하다
바위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저마다 다른 분위기로 다양한 색과 문양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곳의 전체적인 풍경이 범상치 않다
물길에 발을 담그고 누운듯 서 있는듯 위압감을 주는 풍채 좋은 바위들이 호기롭고 호방한 느낌을 준다
물길의 세례를 받은 돌의 표면은 말끔하고 매끈하고 부드럽다 여인의 살갗처럼 부드러워 촉감도 좋은 우윳빛이다
물길과 떨어져 있는 돌들은 거무튀튀하고 마른 이끼가 검버섯처럼 피어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물길의 세례를 받을 것은 분명한 것이 돌은 세월을 따라 균열이 생겨 차츰 작아지며 물길에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이다
돌은 발이 없어도 걷는다
물길에 작은 몸을 푹 담그고 있는 조약돌 한 개를 꺼내서 매만지며 <너는 어디에서, 얼마동안를 걸어온 것이냐?>
<네 모체는 어디에 있었지>
<너와 같은 분신들은 몇이나 되며 어디로 흐른 것이냐?>
물어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