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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중심과 주변의 사유

장수나 왕과 같은 권력자들은 겹겹으로 둘러쌓인 호위의 중심에 위치한다
관공서의 행사장이나 직장인들의 회식에도 가장 중심 즉 가운데 자리가 제일 상석이며 내방자들의 상대적 변두리와자리매김을 하여 좌석을 배정한다
중심부와 거리가 먼 주변 즉 한직이나 지방,  같은 자리는  권력 서열이 낮은 사람들의 자리였다

중심부에 위치하고 싶은 욕망은 모든 인간들에게 보편적인
것이다 계란의 노른자 , 원자의 핵 같은 도심의 부동산, 권력이 집중된 중앙 부처의 요직,
보호받고 주목받고 싶고 영향력을 증대하고 싶은 리비도적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일은 종의 유전자인 씨를 몸의 가장 중심부에 둔다  
종의 파일을 내장한 극비 파일인 보물을 가장 안전하고 은밀한 곳에  배치하고 있다
사람의 생식기관도 태아가 배양되는 태반도 그렇다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한 마디는 탁월한 사유다
구조주의와 포스트 구조주의의 차이를 <이항적 대립>의 구축과 해체로 설명하기도 한다
구조주의에서는 중심이 주변에 비해서 우월적이다  
수목형 사유방식이라고도 하는데 모든 나무는 뿌리라는 중심이 있어서 생장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중심이 되는 뿌리에서 잘린 작은 뿌리는 생장할 수 없다
이처럼 권력의 중심부는 높고화려하고 떵떵거리는 모든 이들의 로망이었고 여기로 진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변방은 외롭고 쓸쓸한 곳이라 언제나 약자나 소수자들의 몫이었다
  
들뢰즈라는 철학자는 이런 중심지향적인 체계를 해체한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리좀이란 은유적 용어를 차용한다
수목형은 잎, 줄기, 뿌리의 위계가 있고 이미 형성된 계층질서가 명확한 기준과 중심 위주의 사고인 반면 땅속줄기(리좀)는 잔디나 감자처럼 뿌리가 주축이나 중심이 없이 수평적으로 뻗어 번지고 엉키는 것이다 리좀형 사유란 사유방식이나 표현 등이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외부의 대상이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땅속줄기들은 중심도 없고 위계도 없이 뻗어나가고 다른 것들과 엉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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