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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천도 복숭아 한담

복숭아를 수확했다고 친구가 한 바구니를 주고 간다
장마 기간이라 뜨거운 햇빛이 부족해 단맛이 부족할 것이란 성급한 판단은 선물을 대하는 예의가 아니다

아가의 볼처럼 발그레한 담홍색에 부드러운 감촉을 가진 복숭아를 먹거리로 여기고 단번에 칼질하는 동물적 욕망을 잠시 뒤로 미루고 천천히 살펴보며 문화예술적 상징으로 감상을 해 본다

옥황상제의 식탁에 오르는 하늘 복숭아의 의미를 가진 <천도>는 전설 속의 과일이다
장수를 기원하는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 빚어낸 복숭아는 전설속의 과일로 예술의 소재가 되어왔다
천도를 훔치다 신의 벌을 받아 삼장법사의 제자가 되어 참회하는 손오공의 전설은 영생을 누리고 싶은 인간의 한결같은 욕망이다

우리 고시조에 천도에 관한 시가 있다
벽해수 말근 후에 천년도 씨를 심거 그 남무 자라서 열음이 열인 후에 그제야 가지째 꺾어다가 헌수준에 꼬즈리라
여기서 헌수준은 환갑이나 칠순과 같은 잔치에서 장수를 빌며 올리는 술잔을 말한다

이제 복숭아 한 개를 조심스레 맛본다
안방 벽에 걸린 창현 화백의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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