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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왼손잡이로 전향한 사격 선수

우리나라 사격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서 4위를 한다
이 경기를 관람하면서 이야깃거리 하나를 찾아낸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폄훼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자연적, 일상적 사유에서 탈선하기로 한다
그들의 관심은 한결같이 순위다 시상대에 오르느냐마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들뢰즈가 말하는 탈영토화는 이런 사소한 탈주에서 첫 걸음을 떼는 것이다

이 선수는 오른손잡이에서 왼손잡이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늘 사용해 오던 오른손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런 경우 선수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다
오른손잡이에게 왼손으로 글을 써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구나 팔을 쭉 뻗어 권총을 받쳐 미동도 없어야 하는 것이 선수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는 아깝게 메달권에 들지 못했지만 우리의 사유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매우 흥미롭고 가치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리오타르가 말하는 소서사(작은 이야기)와 관련된다
올림픽이 언제, 어디서, 열렸고 어떻게 조직되고 운영되며, 몇개국이 참가했으며 메달을 많이 딴 나라는 어떻고, 금메달 수치로 국력을 비교하는 등의 이야기가 있다
이런 올림픽에 관한 커다란 이야기 틀은 거대 서사라고 한다
이런 거대 서사를 예리하게 비판한 리오타르는 중심부의 거창한 이야기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작은 이야기들을 돌아보라고 한다
거대 서사가 마치 절대적 진리처럼 여기며 타자들을 허위와 이단으로 배격해 왔다 그런 과거 역사의 유물과 전체주의의 횡포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심부에서 허접한 것으로 치부했던 다양한 주변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올림픽 첫 경기에서 탈락한 선수와 왼손잡이로 변신한 선수의 이야기를 언급한다

사격은 기계와 인간이 합작하는 경기다  
사격 선수들은 여타 선수들과는 달리 근육질 몸매가 아니다
가장 정적인 스포츠다
다른 경기들과는 매우 다르게경쟁자와 직접 접촉이 없이 과녁에 꽃힌 실탄으로 경쟁하는 선수들은 몸싸움도, 부릅뜬 눈도 방해가 된다 호흡마저 멈추고 어찌할 수 없는 맥박마저 최소화하여 지극한 고요와 정적을 추구하는 참선의 경기다

무기로서 본질에서 벗어나 경쟁을 하는 스릴 넘치는 경기장은 극도의 긴장과 이완이 들숨과 날숨이 교차하는 평화와 축제의 스타디움이다
선수들의 과녁은 10미터 앞에 있는 동전 크기만한 원형이다 한 쪽 눈을 가리는 까닭은 양눈의 총체적 효능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당면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임시적 조치다 최고의 사수들이 애꾸눈이라니 재미있는 역설이다
이런 스포츠 종목마다 디테일한 부분들에 의문과 호기심을 품고 나름대로 해석하며 경기를 관람하다 보면 그 맛의 다양함과 깊이가 확장됨을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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