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수 하나가 금메달 딴다고 자신만만하게 큰 소리 떵떵 쳐놓고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는데.......
안타까운 마음으로 위로를 겸해 그리고 반성적 성찰 차원으로 지난 일을 돌아본다
<금메달을 꼭 따서 성원에 보답하고 싶어요>라는 표현에는 각오와 희망을 담아 목표를 상향하는 것이 관례라 뜻을 이루지 못해도 탓하지 않는다
그러나
<못해도 금메달 하나는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표현은 곧 이루어질 사실을 확신 시키는 뉘앙스를 풍긴다
게다가 이 선수는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적이 있다니 상투적인 약속이 아니라고 믿었다
인터뷰를 할 때 자신감 넘치는 말투와 눈썹을 두어 번 치켜올리는 표정이 더욱 허언이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고 기다려왔다 이만한 자신감을 이렇게 당돌하게 발언하는게 놀라웠다
그 며칠동안 이 선수의 사격 폼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말투와 표정 등이 SNS에서 폭발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며칠 후에 대회 예선에서 사격 시간을 놓쳐 한 발이 0점 처리가 되고 결선에 오르지 못하게 되는 사실이 충격이 된다
대중 가요 가사 <한 귀절에 큰 소리 떵떵 쳐놓고>라는 귀절이 떠올라 쓴 미소를 짖는다
어른들 말에 잘 나갈 때 마가 낀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격은 아마도 가장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는 경기일 것이다 이런 실수는 선수로서 흔하지 않는 큰 실수다
수십 발 중의 한 발 실수가 한 경기를 몽땅 망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왜 그랬는지 본인도 잘 모르겠다지만 마음 속에 태풍이 일어났던 게 아닐까?
면벽수행을 하는 선사처럼 마음 속에 떠오르는 온갖 탐진치의 번뇌 망상을 버리고 몰아와 무심의 경지에서 당겨져야 하는 순간에 마가 끼어든 것이 아닐까?
갑자기신데렐라의 환상에 젖었거나 큰 소리 떵떵 쳐놓은 것에 대한 불안과 부담감에 빠졌거나 정말로 알 수 없는 정신작용의 어떤 이유로 짧은 순간의 실수를 초래했을 수도 있다
큰 소리 떵떵 치지 않고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사격과정에 끼어드는 우연적 요인 즉 혹시 있을지 모를 실수도 감안해서 말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하겠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이런 상용적 표현은 이상과 실제 사이의 갭에 대비한 관용적 표현으로 사용되어왔으나 식상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우리 선수가 더 충격과 슬픔을 받았을 것이다 선수는 이루지 못한 약속으로 실망을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녀의 능력을 믿고 재도약의 기회를 기다려 보자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선수로서 성장하고 인간적으로 성숙되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금메달 한 개를 놓쳤지만 그것과 맞바꿀 수 없는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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