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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봉선화 씨방은 부풀고

봉선화 한 포기 앞에 앉아 있다
서민들의 애환을 담아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민초라 여겼는데 선인들은 그 품격을 봉황과 신선에 빗대 이름을 붙였구나

물통 앞 자갈이 깔린 땅에 억척 같이 뿌리 내리고 연분홍 꽃을 피우고 있다
얇은 홋저고리에 연한 색, 장식이라고는 없는 꽃이라 뭇시선을 끌지는 못하지만 시골 처녀처럼 소박한 차림이다
꽃이 진 자리에는 불룩한 씨방이 부풀어 오른다
봉선화도 다 계획이 있나보다


봉선화 가슴이 불룩해지고 있다 대지에 충만한 기운을한껏 들이마시며 생명의 쇼를 연출하려 한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압력을 높여야 해
결정적 순간에 대비해 힘을 모으는 중이다
단 한 방의 힘으로 기존의 영토에서 탈주하려고 한다
한 걸음이라도 멀리 새 보금자리를 향한 강렬한 몸부림이다
새까만 씨앗 한 톨에 모든 삶의 정보를 압축해 넣고서 새 영토를 찾아 나서려 한다
드디어 천기가 고른 순간이 도래하고........
펑 소리와 함께 씨방막이 한 순간 열리며 고압에 대포 터지듯 씨앗들을 신대륙으로 쏘아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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