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은 10년만에 본 첫 아들인 나를 위해 나무 수레를 손수 만들어 주었다
1인용 자가용이다
줄로 묶어서 끄는 원시적 형태지만 나에겐 환상적인 선물이었다
한 갑자가 지난 옛날 이야기를 소환하는 계기는 오늘 사촌 아우와의 통화다
이 아우는 선친이 만든 1인용 차가 아닌 어마어마한 차량을 만든다니 입이 떠억 벌어질만큼 놀랍다
나는 아이처럼 그 큰 차 한두대에 고향마을 사람들 다 태워도 될 것 같을 것이라며 호들갑을 떤다
30년 넘게 부산 지하철에서 근무하며 전문가의 역량을 쌓고 퇴직한 후 중국 주저우에서 만드는 트램이란 전동 차량 제작사에서 감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단다
중국에 간지 2년이 되었는데 내년 중후반 정도에 임무를 마치고 귀국할 것 같다고 하여 내가 싱글벙글하며 박수를 보낸다
사진이며 이런저런 이야깃감을 보내라며 성화를 부리자 아우가 보내온 자료가 까톡까톡 거리며 도착한다
농산리 한 복판, 큰집 작은 집으로 바로 옆 집에서 살던, 백부님의 생존해 있는 유일한 아들인 아우다
사촌간이라지만 이래저래 살다보면 소통과 왕래가 뜸하기 마련인데 우연한 계기로 소식을 주고 받고 더 나아가 하나의 이야기가 친척의 소서사로 저장되고 만남과 소통의 광장도 될 수 있지 않은가!
아우야
자네 숙부인 내 선친은 톱과 자귀만으로 자가용을 만들었는데 아우는 훨씬 더 도구가 많지? 이잉^^
선친이 이 이야기 들어보면 주눅이 드는 게 아니라 엄지척을 하며 온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겠구나
거기서 만든 트램이란 놈을 한 번 태워주지 않으면 도로에 못을 파묻어서 빵구를 내 버릴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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