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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뜰을 정리하며

요 며칠동안 뜰과 밭가에 마구 자란 풀과 덩굴들을  손질한다
한두 달 지나면 서리가 내리고 기승을 부리던 풀들의 기세가 약화되겠지만 단정하게 정리를 해야 뜰을 거니는 만족감을 줄 것이다
섬백리향을 솎아내 손수레에 싣는데 그 향기가 마치 원망조로 다가와 미안하기도 하다

수많은 종류의 풀과 나무들이 뒤섞여 치열한 경쟁을 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며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솟아나온다
마삭줄이나 담쟁이, 섬백리향과 같은 덩굴식물조차도 강성한 나무들 틈바구니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자구적인 지혜와 기능을 전승하여 종의 번성을 유지한다
연약하기 짝이 없는 유홍초나 이름을 모르는 덩굴들도 생명을 유지하려는 강렬한 의지에 탄복하게 된다
코나투스란 말을 몇 번이나 외친다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모든 사물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자 한다. 따라서 그러한 노력은 곧 사물의 본질이자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사람만이 아니다
모든 사물들이 행하는 자기보존의 추구는 본성적이고 필연적이란 걸 다시 상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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