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원생활의 즐거움

민들레 씨앗처럼

 

 

안강공설운동장 주위를 걷던 걸음을 멈추고

벤치에 앉은 나를

교향곡이 사유의 세계로 가라앉힌다.

 

바람이 분다.

봄바람을 타고 유랑하는

민들레 씨앗들의 비상을 바라본다.

그저  무심결에 불던 바람이 아니었구나.

 

공중 부양을 위해 솜털처럼 가벼워진 부양체

마치 낙하산처럼

씨앗 하나씩을 매달고

신천지를 향해 떠나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과

필사적 사명으로....

 

 

妙用時 水流花開(묘용시 수류화개) 란 귀절이 언뜻 떠오른다.

 고요히 흐르는 시간에도 물은 흐르고 꽃은 피는구나. 

 

천지자연의 도가 청천벽력처럼 뇌리를 때린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핀 것 같던

 민들레가 노란 꽃을 피우더니

이제 장엄한 번식의 단계에 들었구나

 

겨울을 견디며 새 움을 틔우며

꽃을 피우고 씨앗을 퍼트리는 일련의 과정이

조금도 흐트러지거나 거짓됨이 없구나.

 

 

 

 

 

 

참되어라!

거룩하여라!

아름다워라!

이제 평화로워진 마음은

 환희와 감사와 찬미의 노래로 이어진다.

 

 

 

 

길섶에 민들레 한 그루를 피우기 위해

오묘한 이치와 신비, 치열한

자연의 과정들이 내재되어 있었으니

나의 우둔함을 깨우치는 계기가 된다.

 

'훅'

불어서 멀리 날려 보낸다.

   

오늘 나의 가벼운 일상조차도

부드러운 솜털에 쌓여

 바람을 타고올라

하늘을 유영하다가

내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에게

아름답게 전해지기를

 

 

'전원생활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담이 모자를 쓰다  (0) 2013.05.21
소쩍새 울음에 잠못 이루는 밤  (0) 2013.05.14
딱따구리  (0) 2013.05.01
돌단풍 - 고난의 땅에서 피우는 영광  (0) 2013.04.08
눈 내리는 창가에서  (0) 2012.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