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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시금치 한 줌

시금치를 한 줌 뽑아서 씻으며 여러 단상이 떠오른다

이 겨울에도 한낮의 비닐 하우스에서 햇볕을 듬뿍 받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며 잎이 두꺼워지고 진청색으로 진한 시금치다
밤중에는 하우스 안에서도  이중으로 비닐 이불을 덮고 자란 것이다
흙속에 내린 가느다란 뿌리는 대지의 젖을 빨아들인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길러낸 채소다

이런 시금치는 어떤 채소와도 같지 않은 유일한 생명체다
물을 마셔야 살고 양분을 섭취하며 하루하루 성장하는 존재다
이런 시금치 밭을 돌보고 가꾸며 음미하고 상상하고 기원을 한다
그 잎과 줄기에서 대지와 천상의 은혜와 신비가 스며있다
온 우주가 합작한 시금치 한 줌이 내 영육의 식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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