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선물 하나를 배달해준다
가까운 친인척의 결혼식에 참석할 때 직접 만든 선물(부부의 명패)을 했더니 보답 차원으로 보낸 것이다
내 선물은 순수한 마음의 징표라 기브&테이크의 거래 관행과 무관한 것인데, 상대방도 그런 마음으로 보낸 것이리라
보드리야르는 우리 앞에 있는 어떤 사물을 네 가지 관점으로 바라본다
도구, 상품, 기호, 상징이라는 네 측면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이 중 도구, 상품, 기호의 세 측면은 생산에 관련된다
즉 어떤 사물이 도구가 됨으로써 우리의 노동력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고 상품이 됨으로써 많이 팔릴수록 자본력을 확보하게 되고 기호가 됨으로써 우리의 허영심이나 욕망을 부추겨 막대한 잉여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세 측면은 공히 인간의 이기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상징적 측면이 가장 잘 나타나는 대표적인 것이 선물을 증여하는 것이다
이기심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사랑이 그 바탕에 있다
이런 증여의 논리에는 등가성으로 교환되지 않는 애매함이 바탕에 있다
선물은 상대의 댓가를 전제하지 않는 그저 주는 것이며 가격을 영악스럽게 계산하지 않는다
보드리야르의 논리로 보면 진정한 선물은 사용가치나 교환가치, 기호가치를 갖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세탁기나 다이아 반지나 고급 자동차와 같은 선물을 받았을 때 세탁기는 사용을 안해야 하고 다이아 반지는 끼거나 팔지 않아야 하고 자동차 역시 사용을 안하고 자랑을 하여 허영심을 충족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받은 선물은 두 사람의 관계에서 의미가 있는 상징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내가 만들어준 선물은 진정한 선물로써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발아서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사용할 물건도 아니고 허영심을 충족할만한 것도 아님으로 선물의 조건에 부합된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 포섭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정한 증여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산업자본주의는 지나치게 돈에 매몰되어 무한경쟁으로 치닫다 보니 인간적 가치가 보장받지 못하는데 이런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상징적 측면인 것이다
자신이 배가 고파도 더 배고픈 이에게 나누어주며 행복을 느끼는 이런 원리야말로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 구원의 오아시스란 것이다
친척과 선물을 주고받음으로써 공존과 인문적 만남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실현된다 아무런 조건 없이,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이 증여의 기쁨, 뿌듯함, 따스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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